야구
[미야자키 인터뷰] '미완의 괴물' 이동원, 158㎞보다 '컨트롤'을 원한다
시속 150㎞ 강속구를 밥 먹듯이 던져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두산 이동원(24)은 야구를 하면서 그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아온 투수다. 그는 "공은 예전부터 빨랐지만, 늘 컨트롤이 문제였다. 지금도 구속에는 신경쓰지 않고 컨트롤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 아쉬움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노력과 간절함의 결과물이다.이동원은 지난 2일 일본 미야자키 기요다케 제2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두산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9-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공 10개를 던지면서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그 10개가 모두 시속 150㎞ 안팎의 강속구. 최고 시속은 152㎞가 나왔다.사실 이 정도 구속은 약과다. 지난해 말 마무리 캠프에서는 구단 스피드건에 무려 시속 158㎞를 찍었다. 호주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 라이브피칭에서도 최고 시속 155㎞가 측정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날 평균 시속이 152㎞였을 정도다.그러나 진짜 고무적인 부분은 '제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동원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 김태룡 두산 단장이 "저렇게 많이 달라질 수 있느냐"고 함박웃음을 지었을 정도다. 고교 시절부터 엄청난 구속을 자랑했지만, 포수 미트가 아닌 백스톱으로 뿌려 안타까움을 샀던 이동원이다. 결국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2012년 육성 선수로 두산의 문을 두드렸다.첫 번째 입단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군복무를 마친 2015년 말 다시 두산에 찾아와 입단 테스트를 봤다. 구속이 줄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채였다. 두산도 그 열정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육성선수 신분인 이동원을 잠실구장으로 직접 불러 불펜피칭을 시키기도 했다. 이동원은 "정식 선수도 아닌데 불러서 관심을 가져 주시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이렇게 스프링캠프까지 함께 와 있어서 기분이 더 좋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던지지만, 지금은 직구 제구를 잡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팔 스로잉에 변화를 주면서 스스로 제구가 나아지는 것도 느꼈다. 그는 "마무리 캠프 때 권명철 투수코치님께서 '팔 스로잉이 문제일 수 있으니 바꿔보자'는 얘기를 하셨다"며 "그동안은 위에서 아래로 팔을 내렸는데, 이제는 옆으로 회전하는 식으로 던진다. 그렇게 해도 팔 각도가 내려가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아들의 야구 뒷바라지를 해온 부모는 캠프에서 들려오는 희소식에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엄청나게 좋아하신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며 "조금씩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시면서 '이제 야구를 하는 것 같다'는 농담도 하시더라"며 웃었다. 코칭스태프와 주변의 반응이 점점 파란 불로 바뀌는 동안, 이동원의 자신감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언젠가 잠실구장 마운드에 설 날을 그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기도 했다.그래도 역시 이동원이 머리 속에 단단히 새겨둔 다짐은 따로 있었다. 5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인터뷰 동안, 그가 여섯 번이나 얘기한 단어가 바로 '컨트롤'이었다. 공이 마음 먹은 곳으로 들어가는 순간, 150㎞의 구속은 하늘이 내린 축복으로 바뀐다. 미완의 '괴물' 투수는 올해 그 집념의 결과를 마운드에서 펼쳐 보일 수 있을까. 미야자키(일본)=배영은 기자사진=두산 제공
2017.03.03 09:00